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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도서/출간도서6-문학,교양

<우리 아빠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야베 타로 글/그림, 황진희 옮김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2. 5. 18.

 

 

『우리 아빠는 그림책 작가입니다』는 그림책 작가가 된 무명의 개그맨 야베 타로가 어느 날 자신의 모습과 그 옛날 아버지의 모습이 닮아있음을 자각하면서 시작됩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에, 수채화처럼 맑게 번지는 채색은 마치 색은 바랬지만 여전히 다채로운 과거의 기억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은 물론, 아빠를 향한 어린 타로의 솔직한 속마음, 티격태격하면서도 소중한 누나, 잔소리가 많지만 든든한 엄마까지. 네 가족이 엮인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마치 한 권의 그림책과도 같이 통통 튀는 완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그림책 작가입니다』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속도로 살아야 하는 걸까.
나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나가는 것이, 물건을 쉽게 버리는 것보다 간직하는 것이 더 좋은 아빠.비싼 돈을 들여 선물을 사주지도 않지만, 그건 행복은 돈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요?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아빠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 모두 아이였던 적이 있을 텐데, 어느새 현실과 타협하는 삶에 익숙해지고 말았을까요. 소비사회에 얽매여 늘 새로운 흐름을 쫓아가는 것에 이제는 지쳐갑니다. 최근 한국에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 등 덜어내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양식이 서서히 퍼져나간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의 등장인물이 그런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타로의 아빠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교육적인 면모를 가졌다거나, 모범적인 아빠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아이와 놀아주기보다는 아이보다 의욕 넘치게 놀아버리고, 간식으로 가게에서 과자를 사주기보다는 산에서 뱀밥을 따먹도록 합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지 않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동물원에 가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고는, 동물을 보았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순간 아빠가 하는 말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슬픈 동물이랑 자유로운 고양이랑 어느 쪽이 진정한 동물일까?”

아빠는 이렇듯 유별난 행동 속에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면허 갱신을 놓쳐 자동차 없이 다니면서,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란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늘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로 타로를 태우고 다닙니다. 그 덕분에 타로는 하늘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밭을 일구는 취미에 몰두해 그림책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는, 작품을 가지러 왔다는 담당 편집자에게 “나와 자연이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라며 채소를 한 아름 안겨줍니다.
재활용품으로 장난감을 만들고, 쓰레기로도 즐거웠다는 타로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쓰레기라고 생각하니 쓰레기가 되는 거란다.”

어린 타로의 천진함과 아빠의 천진함은 가끔 겹쳐 보입니다. 타로는 비디오 게임기가 가지고 싶고, 늘 아빠의 관심이 고픈 어리광쟁이이며, 아빠는 폭죽으로 흔들리는 집 안에서도 마냥 신나있지요. 아빠의 모습은 엉뚱해 보이지만, 낭만과 철없음을 간직하고 또 책임지는 어른이 되기란 어렵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된 우리는 그 모습에 어딘가 애틋해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타로를 생각하는 아빠의 애정 어린 모습을 확인할 때, 뭉클한 감동에 젖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