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 도서/출간도서6-문학,교양

<만화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야마시타 코헤이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3. 9. 20.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담은 고전 명작


1943년 『어린 왕자』가 출간되고, 이제는 ‘어린 왕자’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의 삐친 금발 머리와 망토를 두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여우의 대사뿐 아니라 많은 문장이 명대사로 전해져 오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8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어린 왕자』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으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왕자』 안에 있는 인간 군상을 둘로 나누자면, ‘어른’과 ‘아이’가 있다. 어른과 아이는 곧 우주를 살아가는 인간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나라는 개인의 역사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어린이인 나, 어른인 나, 어린이였던 나, 어른이 될 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린 왕자』를 어려서 한 번, 어른이 되어 한 번 읽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단순히 어른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어린이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본질을 교훈적으로 내세우는 작품인 것만은 아니다. 불시착한 사막 위에서 조종사가 어린 왕자를 만나는 이유는, 어쩌면 죽음의 결말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순간 그의 어린 시절이 마음속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일 수 있다. 조종사라는 직업이 그가 가진 최초의 꿈이 아닌 일종의 타협이었기 때문이고, 그림이라는 존재가 아직 그의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가 그에게 가장 처음 건네는 말은 양을 그려달라는 부탁이다. 어린 시절의 꿈으로 깊이 묻어 두었던 그림이 그에게 다시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가 어린 왕자와 이별하는 과정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교훈이나 깨달음을 얻을 필요가 없다. 그저 모두가 경험한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고 공감만 해도 좋다. 『만화 어린 왕자』 속 그림은 그 감동의 순간을 돕는다.

『어린 왕자』에 ‘필독서’라는 수식어가 달린 것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던 따스한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꺼내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묻어 두었던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저 멀리 하늘에 올려두고, 반짝반짝 소리가 날 듯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위로받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작의 감성을 간직한 채,
아름답게 재현된 생텍쥐페리의 세계


“만화로 된 텍스트가 문학의 진지함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멋을 내지 않고 소박하게 전달할 내용을 꼭꼭 담아냈습니다. 그림의 도움을 받으며 읽어간다면 어린이들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만화 어린 왕자』는 70권이 넘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림책 관련한 이야기를 집필하며 그림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황진희 번역가의 심도 있는 해설로 완성되었다. “만화로 된 텍스트가 문학의 진지함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는 황진희 번역가의 후기처럼 이 책의 저자 오쿠모토 다이사부로와 그린이 야마시타 고헤이는 원작을 향한 애정과 존중으로 『만화 어린 왕자』에 원작의 감성과 그래픽 노블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모두 담아냈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때 나름의 간단한 규칙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원작에 있는 그림은 이미지화해 전부 사용할 것, 그리고 글에 충실할 것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한,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생텍쥐페리가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뜻을 고스란히 담아내려던 저자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만화 어린 왕자』는 원작의 내용을 과장하거나 심하게 재구성하지 않고, 생텍쥐페리의 세계를 충실히 담아내어 원작이 지닌 감성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둘째, 그림 작가는 원작을 해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원문과 원작의 그림을 모두 사용하여 독자가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 대부분은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스케치에 영감을 받아 재현한 그림이다. 원작에는 표현되지 않은 조종사의 얼굴이 그림 작가에 의해 그려졌지만, 이 또한 생텍쥐페리가 그린 조종사의 형체로부터 비롯한 상상이다.

저자는 조종사와 어린 왕자를 동일시하는 해석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어린 왕자를 선보인다. 조종사의 어린 시절과 닮은 어린 왕자의 얼굴, 눈물을 흘리는 어린 왕자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으로 달래는 조종사의 동작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어린 왕자를 떠올리고 돌아보게 한다. 또한, 원작에 없는 사막을 지나는 쇠똥구리 그림 하나를 추가하는 데에도 고민을 거듭하고, 진정성 있는 원문을 빠짐없이 담아내는 데 모든 심혈을 기울여 탄생한 그림과 연출은 어린 왕자가 주는 여운을 극대화한다.
이에 더해 글 속의 간격과 글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그림으로 채우기 위해 『어린 왕자』와 관련된 여러 장르의 작품을 비롯하여 『인간의 대지』 같은 생텍쥐페리의 저서를 살피는 노력은 궁극에 생텍쥐페리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가 추구한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그래픽 노블로 만들었다.

풍부한 색감으로 재탄생한 『만화 어린 왕자』는 텍스트로 이루어진 『어린 왕자』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원작의 감성을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는 그래픽 노블 『만화 어린 왕자』가 어른에게는 원작과 색다른 경험을, 어린이에게는 고전 명작에 대한 흥미를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