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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도서/출간도서1-그림책

<붉은 카누> 앤 이본느 길버트 글/그림, 이진경 옮김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2. 5. 18.

 

내일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따스한 위로와 삶의 희망을 건네는 그림책

마침과 새로운 시작, 삶의 순환을 담은 이야기

허름한 보트 창고에서 버려진, 혹은 홀로 남은 붉은 카누는 전쟁터로 나간 소년을 떠올립니다. 사랑하는 소년이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이곳에서 다시금 자신을 호수로 밀어 띄워줄 이를 기다립니다.
이 그림책은 전쟁으로 인한 이별, 그리고 아픔을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평화를 꿈꾸는 카누를 그려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카누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많은 것을 빼앗아 갑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참혹한 이별을 경험합니다. 카누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 앤 이본느 길버트는 순환하는 계절에 빗대어 삶의 희망을 표현합니다. 흰 눈이 쌓인 겨울은 삶의 마침표인 죽음을, 푸릇한 나무가 돋아난 여름은 새로운 시작인 탄생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결말에서 또다시 찾아온 여름으로 헤어진 뒤에는 만남이, 슬픔 뒤에는 행복이 찾아온다는 삶의 진리를 담습니다. 또한, 또 다른 소년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 채 끝을 맺는 결말은 카누에게 찾아올 풍성한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날들을 꿈꾸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의미
“그러나 에일 듯한 추위, 날카로운 이빨, 긁어대는 발톱에도
붉은 카누는 끈기 있게 낡은 삼나무 선체를 힘껏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카누는 소년과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겨울이 다시 겨울이 되는 고독한 시간을 견뎌냅니다. 카누가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카누가 소년과 보낸 따스한 시간이 카누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년과 보낸 소중한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현재의 카누를 이루어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카누의 의인화는 제 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을 강력하게 보여줍니다. 사랑했던 크기만큼의 고통스러운 이별의 아픔으로 좌절한 존재를 보여주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카누는 자기 앞의 생을 끈기 있게 끌어안습니다. 희망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내는 카누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과 희망을 전합니다.

감정을 전달하는 아름답고 정교한 그림
세밀하고 정교한 선들로 카누와 계절의 변화를 담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가는 카누의 나뭇결을 섬세한 선으로 표현함으로써 카누의 감정 상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끝을 세상이 온통 새하얗던 겨울과의 대비로 아이의 티 없는 피부, 햇볕을 쬐듯 따스한 느낌을 자아내는 붉은빛과 푸른빛의 울창한 나무로 맺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으로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게 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