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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출간 전 연재(애디 라뤼)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02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1. 8. 5.

https://www.youtube.com/watch?v=grJGkovpF5I&list=PLoZInlV5aO7YurS-wQGY9-wAMP88s4BAl

영화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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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아니고. 팬이 열성적으로 만들어 본....

그래도 퀄리티는 마치 진짜인 듯....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직조되어 있다.

첫 장을 열면 현재, 2014년 뉴욕이 배경으로 펼쳐진다.

애디는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뉴욕
2014년 3월 10일
‒ Ⅰ ‒
여자는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그곳에 누워, 자신의 가슴속 숨을 멈추듯 시간
을 멈추게 하려고 애쓴다. 마치 똑딱이며 앞으로 흐르는 시계 초침을 멈
출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 옆에 누워 있는 남자가 깨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처럼, 순전히 의지의 힘만으로 그들이 함께 보낸 밤의 기억을 생
생하게 되살릴 수 있기나 한 것처럼.
물론 그녀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남자가 그녀와 보낸 밤을 잊어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절대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남자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고, 그녀는 그의 어깨가 천천히 오르락내
리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목 뒤편으로 가 있는 짙은 곱슬머리와 갈비뼈
를 따라 난 흉터를 바라본다. 사소한 것들까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기억
하려고 한다.
그의 이름은 토비다.
지난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제스라고 그에게 말했다. 거짓말을 했지
만 진짜 이름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풀 속에 숨
겨져 있는 쐐기풀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사악한 디테일 가운데 하나였다.
찔리라고 숨겨둔 미늘이었다.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면 사람은 대체 어떤 존
재일까? 그녀는 가시 돋친 풀 사이를 걷는 법을 배웠지만 피할 수 없는 

상처들도 얼마간 있었다. 기억, 사진, 이름.
지난달 그녀는 클레어였다가, 조였고, 미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
름이 엘르였던 이틀 전 밤, 토비가 하는 여러 공연 가운데 하나인 심야 카
페 공연을 끝내고 같이 뒷풀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제스라는 여자
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한 상태였을 뿐
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그녀의 이름은 제스가 된다.
토비가 뒤척이며 몸을 죽 펴자 그녀는 오래되고 익숙한 아픔을 가슴으
로 느낀다. 그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지만 깨어나지는 않는다. 그의 얼
굴은 이제 그녀와 아주 가까이 있다. 입술은 잠결에 살짝 벌어져 있고, 검
정 곱슬머리가 눈 위로 그늘을 만들고, 짙은 속눈썹이 흰 뺨을 배경으로
도드라진다.
한번은 센 강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을 때 어둠이 여자를 놀려댔다. 어
둠은 그녀가 선호하는 특정 ‘타입’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고르는
남자 대부분이—심지어 몇몇 여자들까지—한결같이 자신을 닮았다는 뜻
이었다.
똑같이 짙은 머리, 똑같이 예리한 눈초리, 똑같이 뚜렷한 이목구비.
하지만 그건 온당치 않은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둠은 그녀로 인해 그런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뿐이
다. 그에게 형체를 부여하고,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를 무엇으로 볼지
를 선택한 것은 그녀였다.
당신이 그림자와 연기에 불과했던 때가 기억나지 않아? 당시 그녀는
어둠에게 물었다.
아들린, 나는 어둠 그 자체야. 그는 부드럽고 짙은 음색으로 말했다.
지금은 다른 세기, 다른 도시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

 

토비는 이제 기타를 집어 들어 한쪽 무릎 위에 놓고, 그녀가 먼저 연주
하는 음들을 뒤따라 연주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거 좋은데. 뭔가 색
달라. 이건 대단해. 그녀는 연주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야 해요.”
토비가 고개를 드는 순간 멜로디가 기타 줄 위에서 흐트러진다. 

“뭐라고요?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가야죠.” 그녀는 옷을 가지러 욕실 쪽으로 가면서 말한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토비는 기타를 내려놓고, 아파트 이곳저
곳으로 그녀를 따라다닌다. 바로 이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이 불공평하다
고 느낀다. 그녀가 걷잡을 수 없는, 한바탕 좌절감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
이다. 그녀는 몇 주 에 걸쳐 그에 대해 알려고 애써왔는데, 그는 단 몇 시간
만에 그녀를 잊었다. “너무 서두르지 마요.”
그녀는 이 부분을 증오한다. 머무르지 말았어야 했다. 마음뿐만 아니
라 시야에서도 사라졌어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이번만큼
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라는 성가신 희망이 항상 있었다.
내가 기억해. 어둠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한다.
그녀는 고개를 저어 목소리를 물리치려 한다.
“어디 급하게 갈 데라도 있어요?” 토비가 묻는다. “아무리 바빠도 당
신에게 아침 만들어줄 기회는 줘요.”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나 빨리 다시 게임을 하기엔 너무 지쳐 있다. 그
래서 할 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움
직임을 멈추면 다시 게임을 시작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다. 그러면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고, 그와의 관계는 밤이 아니라 아침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이클이 끝날 때 일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기억되지도 못하는 하룻밤 이후의
모습이기보다는 바에서 이루어지는 낭만적인 첫 만남의 대상이 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애디를 당연 토비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애디가 들려준 음악은 그에게 남아, 완성을 기다린다. 애디는 서둘러 떠난다. 새로운 아침을 그와 함께 다시 시작할 여력이 그녀에게는 없다.

도입에서는 현재의 상황만을 제시한다. 소설은 더 많은 설명을 유보하고 있으며,

이는 차차 해결될 것이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