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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출간 전 연재(애디 라뤼)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 03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1. 8. 11.

작품의 배경은 현재의 뉴욕과 1700년대 프랑스의 시골 마을 비용을 번갈아 가며 서술된다.

애디는 아버지를 따라 몇 번, 가까운 곳의 도시 르망으로  간다. 그러나 어머니는 애디가 과년하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에 애디는 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는 법을 에스텔에게 물어 알고자 한다.

이 대목이 잠재적으로 신과 만날 디딤돌을 마련하는 장면이다.

 

“그럼 어떻게 기도를 해요?”
“선물로. 그리고 칭찬으로 하지. 그렇다 해도 오래된 신들은 변덕이 심
해. 또 반드시 답을 준다는 보장도 없어.”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계속해야지.”
그녀는 뺨 안쪽을 깨문다. “신은 얼마나 많아요, 에스텔?”
“네가 가진 질문만큼이나 많지.” 노파는 대답한다. 하지만 그녀의 목
소리에는 냉소가 담겨 있지 않다. 아들린은 에스텔의 기분이 누그러졌다
는 분명한 신호를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숨을 참는 법을 안다. 그것
은 이웃집 사람들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도 노크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
과 같다. 그녀는 이웃의 발걸음 소리와 자물쇠가 스르륵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
에스텔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연다.
“오래된 신들은 어디에나 있어.” 그녀는 말한다. “그들은 강에서 수영
하고, 들판에서 자라고, 숲속에서 노래해. 그들은 밀밭의 햇살에도 있고,
봄의 어린 나무 아래에도, 돌로 만들어진 교회 옆에서 자라는 포도나무에
도 있어. 그들은 하루의 가장자리에 있는 여명과 황혼녘에 모이지.”
아들린의 눈이 가늘어진다. “제게 가르쳐줄래요? 그들을 부르는 방법
을요.”

노파는 한숨을 쉰다. 아들린 라뤼는 영리할 뿐 아니라 고집이 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텃밭을 가로질러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기 시작
하고, 아들린이 뒤따른다. 아들린은 에스텔이 답을 하기도 전에 문 앞에
도달하지 않을까, 대화가 중단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하지만 에스텔은 뒤
돌아본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눈만큼은 날카롭다.
“규칙이 있어.”
아들린은 규칙을 혐오하지만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어떤 규칙이요?”
“그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굴어야 해. 그리고 반드시 선물도 바쳐야
해. 너에게 소중한 뭔가를 말이야. 그리고 원하는 것을 말할 때는 조심해
야 해.”
아들린은 생각한다. “그게 다예요?”
에스텔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오래된 신들은 위대할지는 몰라도 친절
하거나 자비롭지는 않아. 물 위에 비친 달빛, 폭풍우 속 그림자처럼 변덕
스럽고 불안정해. 그래도 꼭 그들을 불러내야 한다면 신중해야 해. 무엇
을 부탁할지 조심스럽게 결정하고, 대가를 치를 각오도 해야 해.” 그녀가
아들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아무리 절망스럽거나 암울하다 해도 어둠이 내린 뒤에 응답하는 

신들에게는 절대 소원을 빌어선 안 돼 .”

(본문 38~39쪽)

 

이에 에스텔은 오래된 신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기도할 때 지켜야 할 점을 말한다. 자신도 모르게 어둠이 내렸음도 모른 채 기도하고, 신 혹은 악마와 대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