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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출간 전 연재(애디 라뤼)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출간 전 연재 04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1. 8. 19.

Addie Larue의 영화화 작업이 더디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

흥미로운 것은 독자들이 주요한 인물의 캐릭터에 맞는 배우가 누구인지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한 인물은 주인공인 Addie Larue,

Addie의 영혼을 거래한 어둠 뤽Luc,

Addie를 기억하는 헨리Henry 등이다.

 

지금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Addie 역의 배우는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Queen's Gambit>의 Anya Taylor-Joy다.

 

과연 캐스팅이 어찌 될지 궁금하다.

 

아들린은 결혼식 피로연으로 가는 중에 뒤로 돌아 달아난다. 마을 교회의 반대편인 숲을 향해.

<서장>에 나왔던 달려가는 아들린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곳에서 애디는 간절히 기도한다. 

 

“제발.” 그녀는 속삭인다. 반지를 이끼가 낀 땅에 박아넣으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뭐든지 할게요.”
머리 위로 나무들이 웅성대다가 마치 그들도 기다리는 것이 있다는 듯
조용해진다. 아들린은 비용 숲에 있는 모든 신들에게, 자신의 기도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기도한다. 이것이 그녀의 삶일 리가 없다.

이것이 그녀 삶의 전부일 리 없다.
“저에게 응답해주세요.” 그녀는 간청한다. 축축한 습기가 웨딩드레스로 스며든다.

60~61쪽)

 

그러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침묵이 그녀 기도에 대한 응답이다.

그러다 해가 지고서야 목소리가 들린다. 

 

날이 저문 뒤에 응답하는 신들에게는 절대 소원을 빌어선 안 돼 .
아들린은 알고 있다. 알지만 그는 유일하게 응답한 신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신이다.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어 있어?”
대가.
가격.
반지.
아들린은 무릎을 꿇고 가죽끈을 찾을 때까지 흙을 판다. 그러고는 땅
속에서 아버지의 반지를 꺼낸다.
그녀는 반지를 신에게 내민다. 빛바랜 나무는 흙으로 더럽혀져 있다.
신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육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그는
여전히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그는 바로 앞에 있
다.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한 손으로는 반지를 감싸고 다른 손은 아
들린의 뺨을 감싼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눈 밑에 있는 점을 스친
다. 그것은 그녀가 지닌 별들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점이다.
“아들린. ” 반지를 가져가며 어둠이 말한다. “난 장신구 따위로는 거래
하지 않아.”
나무 반지는 그의 손에서 바스러지고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진다.

(64쪽)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했던 반지는 대가가 되지 못한 채 바스라진다. 다급해진 아들린은 서둘러 거래에 값하는 무언가를 내민다. 그녀 자신의 영혼이다.

 

“난 결혼하기 싫어요.”
그녀는 그 말을 하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모든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신의 시선에서 ‘그게 다야? ’라고 묻는 듯한 비판
적인 낌새를 느낀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당연히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난 다른 사람에게 속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갑자기 열정적으로

말한다. 이 말은 활짝 열린 문이 되어 이내 나머지 말도 쏟아져 나온다.
“나 자신 외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속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자유로워지
고 싶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고, 나만의 길을 찾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그도 아니라면 혼자가 되고 싶어요. 적어도 이건 내 선택이길 바라요. 나
는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지쳤고, 내 발밑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무서워요. 지금껏 살아온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그건 삶이
라고 할 수 없어요. 나는—.”
참을성 없는 그림자가 그녀의 말을 자른다.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나에게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지?”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훑고 목
뒤로 내려와 머무르며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그보다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을 말해봐.”
그녀는 고개를 든다. “난 온전히 살아갈 기회를 원해요. 자유를 원해
요.” 그녀는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린다.
눈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삶의 절반이 지나가버렸다.
“더 많은 시간을 원해요.”

......

 

그녀는 이 순간으로 천 번도 넘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좌절감에 휩싸인 채. 후회, 슬픔, 자기 연민,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분
노에 휩싸인 채.
그가 저주하기도 전에 그녀가 자신을 먼저 저주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직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 여기서 그녀가 직시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용의 명
멸하는 횃불, 그녀가 한때 사랑하기를 꿈꾸었던 낯선 남자의 녹색 눈, 그
리고 그의 감촉과 함께 사라져서 이곳을 탈출하는 기회뿐이었다.
“결말을 원한다니.” 그녀가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다 살고 나면 내
삶을 가지세요. 내가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 내 영혼을 가지세요.”
그림자가 갑자기 흥미를 보이며 고개를 기울인다.
미소—그녀의 그림에 나오는 것과 같은 미심쩍어하면서도 비밀로 가
득 차 있는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린다. 그는 그녀를 자신 쪽으로 당긴
다. 연인의 포옹. 그는 연기고 살갗이고, 공기고 뼈다. 그의 입이 그녀의 입
에 닿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맛보는 건 계절의 변화이며, 황혼이 밤에 길
을 터줄 때의 순간이다. 그의 키스가 깊어진다. 그의 이는 그녀의 아랫입술
을 스치듯 지나간다. 쾌락 안에는 고통이 있고, 뒤이어 그녀의 혀에서 나
는 피에서는 구리 맛이 난다.
“거래 완료.” 신은 그녀의 입술에 대고 속삭인다.
그러고 나자 세상이 캄캄해지고 그녀는 쓰러진다.

(63~68쪽)

 

이렇게 거래는 성립된다. 불멸의 생을 얻는 대신 그녀는 "내가 다 살고나면 내 삶을, 내 영혼을 가지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전부일까? 영원한 생명을 얻는 대신, 다 살고 난 뒤의 영혼을 갖는 것은 불공평한 거래다. 어둠은 이 거래에 또 하나를 더 덧붙인다. 

'기억되지 않는 여자'라는,

이 세상에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다는,

저주를 함께 내린다. 그것이 가장 완전한 자유라는 이름으로.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