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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출간 전 연재(애디 라뤼)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 출간 전 연재 05

by 도서출판 상상의힘 2021. 8. 25.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단정하고 예쁘게....

 

이제 출간 전 연재도 멈춰야 할 듯합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에 애디는 일상적인 관계를 사람들과 맺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하룻밤, 하루 저녁의 만남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는. 가슴 저미는 고통이었지요.

그러던 차에 '헨리'를 만납니다. 

그녀를 기억하는 헨리....

그래서 둘의 만남은 이제 아주 새롭습니다. 물론 독자인 우리에게는 새로울 것이 전혀 없지만, 애디에게는......

그녀가 처음 헨리와 저녁을 보내고 헤어지는 장면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아름다운 장면을 우린 늘 누리고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에게 내 진짜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좋아요.
그래서 난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내게서 내 이름을 들었으면 해요.”
헨리는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곧추세운다. “아, 그럼 뭐예요? 이름이?”
“그건 애—.” 소리가 1초 동안 머무른다.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근육의 딱딱함. 녹이 슨 톱니. 소리는 긁히면서 자유로이 풀려난다.
“애디예요.” 그녀는 세게 침을 삼킨다. “내 이름은 애디예요.”
이름은 그들 사이의 공기에 걸려 있다.
헨리는 미소를 짓는다. “네, 알겠어요.” 그가 말한다. “굿나잇, 애디.”
너무나 간단하다.
혀에서 굴러나오는 두 음절의 단어.
이것은 그녀가 지금껏 들어본 소리 가운데 가장 근사한 소리다. 그녀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고 싶고, 그의 발음을 듣고 또 듣고 싶다. 그녀를 공기처럼 채우는, 그녀가 단단하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불가능한 단어.
이것은 실제다.
“굿나잇, 헨리.” 애디가 말한다. 차마 자신은 그를 두고 돌아설 수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가 뒤로 돌아 멀어지길 바란다.
그녀는 그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하철 계단 맨 꼭대기 근처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서 있다. 숨을 참으며 실이 끊어지길 기다리고, 세상이 요란하게 흔들리며 다시 원래대로 복귀하기를 기다리고, 두려움과 상실감을 기다리고, 그리고 그것이 요행수, 우주적 오류, 실수였으며 이제 끝났고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깨달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녀가 느끼는 것은 기쁨, 그리고 희망뿐이다.
그녀의 부츠 뒤꿈치는 거리에서 리듬처럼 울린다. 여러 해가 지나긴 했어도 또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이 자신의 신발 옆에서 보조를 맞추길 기대한다. 구르는 안개처럼 부드럽고, 감미롭고, 조롱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녀 옆에 그림자가 없다. 오늘 밤만큼은 없다.
저녁은 조용하다. 그녀는 혼자지만 이번만큼은 외로움과 다르다.
굿나잇, 애디, 라고 헨리는 말했다. 애디는 그가 어떤 식으로든 마법을 깨트린 건지 궁금하다.
그녀는 미소 짓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굿나잇, 애—.”
하지만 저주가 그녀의 목구멍 주변으로 조여들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름은 그곳에 머무른다.
그렇다 해도.
그렇다 해도.
굿나잇, 애디 .
300년 동안 그녀는 자신이 한 거래의 한계를 시험해왔다. 그것이 먹히지 않는 장소들과 쇠창살들 주변의 미묘한 휨과 굽힘을 찾아냈지만 탈출하는 길을 찾지는 못했다.
그렇다 해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헨리는 안으로 들어오는 길을 찾아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를 기억한다.
어떻게? 어떻게? 질문이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쿵 하고 크게 울리지만 지금 이 순간 애디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 순간, 그녀는 다른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자기 이름이 가진 소리에, 진짜 자기 이름의 소리에 집중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본문 242-244)

 

그것만으로 충분한 관계,

그것이 그것만으로가 되는 관계가 새삼 그리워집니다.

 

그런데 모든 서사가 그렇듯 이렇게 쉽게 이야기가 진행될 리가 없죠. 

두 사람의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습니다.

어떤 바위가?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작품을 읽어볼 수밖에 없겠네요.

 

이 가을의 시작에 딱 맞는 로맨틱 판타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 흔적을 남기고자 필사적으로 맞서는 한 여자의 가슴 아픈 로맨틱 판타지.

<도깨비>에 버금가는 멋진 판타지.

 

연재는 책의 출간으로 멈춰야 할 듯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애디 라뤼> 많이 사랑해 주세요.

 

- 뒤란